김주대 시인

[서울=뉴스헤드라인신문]권오헌 기자 = 문인화의 매력은 과감한 붓놀림과 짧은 경구가 빚어내는 풍자와 해학이다. 이는 같은 화폭이라도 일반회화와 문인화의 경계지점이기도 하다. 작고한 삼불 김원룡 선생 이후 가늘게 이어져온 문인화를 김주대 시인이 새롭게 부활시켰다.

김주대 시인은 시를 그린 지 6년이 되었다. 글, 그림 이른바 문인화를 주로 페이스북에 발표하였다. 페이스북 친구 5000명 팔로우 14000여 명의 관심과 응원 덕분에 거의 굶지 않고 열심히 뛰어온 것 같다. 자다가도 일어나 쓰고 그렸다. 밥 먹다가도 숟가락 지우고 차를 몰고 가서 봐야할 것은 꼭 보고 와서 쓰고 그려왔다. 뭔가가 불안해서 그런 측면도 있었다.

김주대 시인은 “거창하게 말하면 ‘문자 이전의 시, 몸에 기록된 충격의 시각적 발산, 동굴 벽에 새겨지던 원시의 꿈’을 융합예술의 경계 안으로 새롭게 끌어들이고 싶었다”며, “언어로 전부를 포획할 수 없는 실제는 가끔 감각적 이미지에 의해 확연해질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주대 시인 목인화

이어 “느끼지만 말할 수는 없는 것들을 시급히 드러내는 일이 필요한 격동기에는 그림이나 노래가 더 큰 역할을 할 때가 많다고도 생각했다”며 “변명 같지만 여태 나의 문인화는 역할이고자 했을 때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후 글은 김주대 시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잘 쓰지 못하는 시를 쓰며 한 번 절제하고, (시를) 그림을(으로) 그리며 또 한 번 절제하고자 했습니다. 두 번의 절제로 마음을 가라앉히는 게 아니라, 맺힌 것을 폭발시켜 배출함으로써 터질 듯한 심장을 유지합니다. 이중절제는 절제가 아니라 표현이고 배출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글과 그림의 두 작업이 합쳐질 때라야 겨우 답답함이 좀 사라지고 아주 낮게 서러워질 수 있었습니다. 시를 잘 쓰는 사람은 시만으로도 충분히 폭발하고 가라앉고 할 테고,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그림으로 충분할 테지만, 늘 늦게 뭐가 아주 조금만 되는 나는 두 번 세 번 참는(절제) 작업, 이른바 문인화를 만들어낼 때라야 살아있음을 더디게 감각하였고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김주대 시인 목인화

결국 문장의 부족으로 글만으로도 안 되고, 색과 형상의 부족으로 그림만으로도 안 되니까 둘을 함께 하여 겨우 버틴다는 얘기겠지요. 잘되면 전통 장르의 부활(거창한가?)이고 못 되면 생계유지겠지만 문인화를 만들어내는 동안은 내가 사라지는 묘한 분위기에 들떠 나를 드러냈습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과 답답함(그리움?)은 문인화 작업 동안만 딱 사라집니다. 완성 직후 곧바로 재발되는 이 병을 잡으면 좋겠는데 잘 안 되더군요. 안 되니 붓을 잡고 도화지(한지)를 자주 바라봅니다. 글(혹은 詩)을 쓴 후에만 그리겠다는 굳었던 다짐도 옅어져 지금은 그리고 나서 그림을 보고 글을 쓰기도 합니다.

“불변하는 고유성이나 항구적인 내적 특성을 가진 문장은 없다. 외부적 조건(외부성)에 따라 동일한 문장도 판이하게 다른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아니 모든 문장들이 이미 시시각각 변하는 외부성을 내부에 가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동일한 문장'이란 말도 틀린 말이다. 세상에 동일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김주대 시인 목인화

문인화 속의 문장(혹은 詩)도 문인화라는 외부적 조건을 만나 일상적인 문장과 다른 의미를 가진다. 문인화 속의 ‘글과 그림’은 서로를 보완해 주는 보완제들이 아니라, 서로 만나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내는 ‘주체적 최초’들이며 서로의 외부이자 이미 서로의 내부인 것이다”

작업실을 나가면 5일~10일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지방에 가서 목적지 근처에 사는 페이스북친구들 연락이 와도 거의 만나지 않고 취재만 열심히 했고요. 형광등이 큰 허름한 여관에 막걸리 한 병 사들고 들어가 사진을 정리하고 페북에 글을 올렸고 그릴 수 있는 것은 그렸어요. 여관에서 속옷 겉옷 빨아 입는 전문가가 되었고요.

어떤 여관은 겉만 깨끗하고, 어떤 여관은 겉은 좀 더럽지만 이불이 깨끗하고, 어떤 모텔은 화사한데 전등이 알록달록해서 작업을 할 수 없는 곳인가를 훤하게 꿰게 되었지요. 좀 늦은 아침과 좀 이른 저녁 두 끼를 사먹고 막걸리 한 병 혹은 두 병을 밤에 일하며 먹었어요. 취재물과 쓸 거리를 마련하여 서울로 돌아오는 길은 다소 뿌듯한 날도 있었고요.

김주대 시인 목인화

무엇보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페북에 올려 페이스북친구들이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며 힘을 많이 얻었지요. 그 힘으로 또 새로운 걸 그리고 새로운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가장 가까운 계획이 있다면 정식으로 방북하여 북쪽 지역을 조금씩이라도 허락 범위 안에서 빌~빌 돌아다니는 것입니다.

실시간으로 페이스북에 글그림을 올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여건이 되지 않으면 일주일에 한 편씩이라도 북쪽 땅 사람들의 아픔과 웃음과 눈물과 기쁨과 고난과 힘, 그리고 풍경을 노래하고 그리고 싶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공기처럼 소중하지만 또한 너무 흔하여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인간적 따스함들, 평화를 향한 갈망, 무명 독립운동가들의 서정과 아픔, 문학과 생계에 대한 고민 등을 소재로 한 문인화들을 주로 전시합니다.

김주대 시인 목인화

■전시날짜 : 5월 1일 ~ 5월 6일
■전시장소 :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길 34-1 (인사아트프라자 5층)

- 김주대 약력 -
- 89년 《민중시》 91년《창작과 비평》으로 작품활동 시작
- 시집 『도화동 사십계단』, 『그리움의 넓이』,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등
- 시화집 <그리움은 언제나 광속>, < 시인의 붓>
- 한겨레신문 법보신문 머니투데이 등에 문인화 연재, 현재 ‘위클리공감’에 문인화 연재 중
- 성균관대학교 국문과 출강. 한국작가회의 연대활동 위원장.

권오헌 기자  nsb20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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