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상 수상자 정 우성

노근리평화상심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前대법관)는 지난 17일 최종심사회의를 통해 제12회 노근리평화상 수상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수상자로는 인권상에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영화배우 정 우성씨가, 언론상 신문보도부문에는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보도를 한 서울신문 임 주형 기자(대표출품)가, 언론상 방송보도부문에는 “체육계 성폭력”연속 보도를 낸 SBS 이슈취재팀 이 경원 기자(대표출품)가, 문학상은 장편소설 <그 남자 264>를 발표한 고 은주 작가가 선정되었다.

수상자 명단 중 인권상을 수상한 영화배우 정 우성씨가 눈길을 끄는데, 심사위원회는 정 우성씨가 2014년 유엔난민기구 명예사절로 임명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5년 동안 난민문제에 대한 공감대 확산에 이바지하고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진정성 있는 노력을 지속해 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노근리 평화상>은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다수의 피난민이 학살된 노근리사건의 교훈을 지속적으로 상기하고 이를 확산시키고자 지난 2008년 제정되었으며, (사)노근리국제평화재단(이사장 정 구도)의 주관하에 매년 국내외에서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확산시키는데 기여한 개인과 단체를 대상으로 인권·언론(신문/방송)·문학 3개 부문에 걸쳐 시상을 하고 있다.

시상식은 10월 18일(금) 오후 4시 30분부터 충북 영동에 있는 노근리평화공원 교육관 대강당에서 열릴 예정이다.

2019년 평화상 문학상부문 심사평

고은주의 <그 남자 264>

지금까지 이육사의 시편들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많이 알려져 왔지만 이육사가 일본제국주의 아래에서 시인으로서의 활동 말고 어떤 행적으로 의열단 활동을 해왔는지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게 거의 없다.

같은 시기에 활동한 문인이나 독립운동가의 삶은 위인전으로 또 평전으로 많이 소개되었지만, 이육사는 의열단의 비밀요원으로 자신의 행적을 드러내놓고 활동하지 않아 그의 활동에 대한 기록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 작품을 읽다보면 그동안 이육사의 삶에 대한 평전이든 소설이든 왜 나오지 않았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런 이육사의 삶을 작가는 이육사를 연모했던 가상의 여인을 등장시켜 그의 독립항쟁 흔적과 그가 시인이자 독립운동가로 무엇을 고민하고 괴로워했는지에 대해 유려하면서도 기품 있는 문장으로 그려낸다.

의열단의 한 사람으로 조국 독립에 대한 이육사의 고민과 열망을 그가 남긴 여러 시편과 그 무렵 쓴 산문들을 작품 안에 나열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꼭 있어야 할 자리에 아주 적절하게 배치하여 저항시인으로 이육사의 모습을 그동안 이육사의 시를 읽어온 국민 독자들이 떠올리는 바대로 대쪽 같고도 고결한 이미지를 그의 허구적 행적과 함께 우리 역사 안에 살아 움직이는 인물로 품격 있게 형상화하는 데 성공했다.

우연의 일치처럼 두 작품 다 가상의 내레이터를 등장시켜 실제 인물의 삶과 궤적, 그들의 행동과 생각을 그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작중 화자로 등장하는 내레이터의 역할이 그 작품에서 꼭 필요하며 작품 안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심사위원의 의견이 갈리어 더 긴 시간 토론하게 되었다.

<총구에 핀 꽃> 경우 탈영한 병사 스스로가 보여줘야 할 고뇌와 감동이 가상의 내레이터로 등장한 아들이 수시로 그것을 요약 정리하여 주인공에게 되물어 대답을 얻는 형식이어서 오히려 주인공의 생각과 의지가 이야기의 표면에만 흐르지 않았나 하는 두 심사위원의 의견이 있었다.

특히나 주인공이 자신의 삶에 가장 중요한 결정과 궤적을 스케치 방식으로 회상하듯 처리하여 독자들에게 감동을 자아내야 할 부분이 마치 스치고 지나가는 풍경이나 가벼운 에피소드처럼 처리되어 실제상황에서와 같은 긴박감과 둔중한 감동을 주지 못했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 남자 264> 경우 1939년부터 1944년까지 당시의 시대상과 시대적 배경이 현실로 밀도 있게 그려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시대적 밑그림은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부분이고, 또 그 부분을 지금보다 더 세밀하고 비중 있게 그려낸다고 할 때 순전히 작가의 상상력으로 작품 전체의 이야기를 추동해나가는 서점주인과 이육사의 인연 같은 가상의 이야기가 오히려 그런 이야기들에 밀려 겉돌며 산만해지지 않겠는가 하는 반론이 있었다.

특히나 <그 남자 264>의 경우 <총구에 핀 꽃>과는 달리 가상의 내레이터가 없었다면 소설 안에서 허구적으로 형상화해내는 이육사의 모습조차 제대로 그려내기 쉽지 않았을 거라는 의견이 있었다.

오랜 격론 끝에 3인의 심사위원은 최종적으로 <그 남자 264>를 2019년 노근리평화문학상 대상작품으로 선정했다.

앞서 격한 토론 중에 나온 작품에 대한 지적 역시 심사위원 저마다 작품을 읽고 선호하는 방식의 취향일 수 있으며, 또 해당 작품에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서로 다른 데서 오는 시각차이임을 인정하며, 두 작품 모두 올해 한국문단이 수확한 훌륭한 작품이라는 점에 동의했다.

심사위원 소설가 이경자, 이덕화, 이순원

이동수 기자  lds203040@naver.com

<저작권자 © 뉴스헤드라인TV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