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이준석 대표와 일부 대선 주자 간에 불거진 ‘통화 녹취록’ 공방으로 소동을 빚은 데 이어 ‘경선 선거관리위원장 인선’과 경선 룰을 두고 또다시 집안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대표가 선거관리위원장에 서병수 의원을 임명하려 한다는 말이 나오자, 일부 대선 주자와 최고위원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왔다.

또 국민의힘 지도부가 경선 여론조사 때 여당 지지층을 조사 대상에서 배제하는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을 두고도 일부 주자가 반발했다.

다음 달 1일 경선 시작을 앞두고 주자 간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국민의힘 이준석(오른쪽) 대표와 서병수 대선 경선준비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선 경선 예비후보 전체회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17일 최고위원 회의를 열어 오는 26일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그런데 선관위원장을 누가 맡을지를 두고 이 대표와 일부 대선 주자, 최고위원 간에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 대표는 선관위원장 후보로 누구를 생각하는지 공개적으로 밝힌 적은 없다.

다만 당 대표실 주변에선 이 대표가 ‘서병수 위원장’ 카드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서 의원은 당내 최다선(5선) 의원으로 선관위 구성에 앞서 경선 룰 초안을 마련한 경선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일부 대선 주자와 최고위원들은 ‘불가(不可)’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일부 주자 불참 논란을 낳은 ‘쪽방촌 봉사 활동’과 ‘대선 주자 13인 토론회’를 추진해 공정성 시비를 불렀다는 주장이다.

특히 윤 전 총장 측과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부정적인 분위기다.

한 주자 측 관계자는 “서 의원은 이 대표 비서실장인 서범수 의원의 친형”이라며 “이 대표의 경선 개입 시비가 불거진 상황에서 서 의원이 선관위원장을 맡는 건 부적절하다”고 했다.

원 전 지사는 라디오에서 “이 대표의 꼭두각시가 아닌 선관위원장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선관위원장 후보로 황우여 전 대표와 정홍원·김황식 전 총리, 정병국 전 의원 등 원로급 인사와 권영세 의원 등도 거론되고 있다.

이 대표는 당내 분란을 막기 위해 고심 중이지만 서 의원 카드를 고수할 가능성도 있다.

1·2차 컷오프 경선과 본경선 여론조사 때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적용하는 문제를 두고도 주자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17일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경선준비위 안(案)을 의결했다.

그러나 윤석열 전 총장 측이 “역선택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도 이날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을 강하게 요구했다.

여당 지지층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후보를 역선택 할 수 있기 때문에 여론조사 표본을 ‘국민의힘 지지층+무당층’으로 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전 원장 측은 “8월 들어 공표된 여론조사 16건을 전수조사해보니 한 건의 예외 없이 여당 지지층에서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지지율이 비상식적으로 높게 나왔다”고 주장했다.

반면 홍준표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 측은 “역대 대선 경선에서 역선택 방지 조항을 적용한 전례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유 전 의원 측은 “지난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중도층·수도권·청년으로 외연을 확장하지 못하면 정권 교체는 불가하다는 점을 확인하고도 역선택 방지 운운하는 것은 대선 주자로서 자신 없음을 실토하는 것”이라고 했다.

홍 의원도 “역선택을 운운하는 우물 안 개구리 식 선거로는 본선에서 필패한다”고 했다.

후보를 8명으로 추리는 1차 컷오프 경선(9월 15일)은 100% 여론조사로 치러지고,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하는 2차 컷오프 경선(10월 8일)은 여론조사 70%가 반영된다.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본 경선(11월 5일) 때는 여론조사가 50% 반영된다.

이성학 기자  hann080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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