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600억원대 자금 횡령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우리은행 직원 A 씨에게 수여했던 표창 취소 절차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절차를 내부 논의 중이다.

상훈법에 따르면 '서훈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에 해당할 때 기존에 수여한 서훈을 취소할 수 있다.

정부 부처에서 수여한 표창도 이 법에 따를 수 있다.

특히 정부포상 업무지침은 '언론보도 등 사회적 물의가 발생한 사안에 대해서는 조속한 취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하도록 명시돼 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2015년 말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소속이었던 차장급 직원 A 씨에게 위원장 표창을 수여했다.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과정을 문제 삼아 이란의 다야니가(家) 측이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이 본격화되자 A 씨가 관련 업무 처리를 잘 처리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A 씨 횡령금 대부분은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에 참여했던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에 우리은행이 돌려줘야 하는 계약보증금이었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달 27일 A 씨의 횡령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A 씨를 구속해 수사 중이다.

A 씨는 2012년과 2015년, 2018년 등 3차례에 걸쳐 계약보증금 보관 특별관리계좌에서 총 614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이번 사건 충격으로 금융당국은 은행권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적극적인 제도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이준수 금감원 은행 담당 부원장보는 지난 3일 "우리은행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왜 일어났는지, 사전에 그걸 막을 방법은 없었는지 등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그게 파악이 된 다음 제도적으로 개선할 부분을 고쳐나가겠다"고 밝혔다.

또한 "다른 은행에 대해서도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 통제 실태를 긴급하게 점검하도록 했다"면서 "점검한 결과를 기초로 해서 (우리은행에 대한) 검사가 끝나고 나면 전체적으로 참고해서 제도 개선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은보 금감원장도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경우라도 책임이 있는 경우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8일부터 우리은행 수시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동희 기자  news1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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