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서 촬영한 보그코리아 화보에서 모델 한혜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보그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문화재청이 세계적 명품브랜드인 구찌 패션쇼를 경복궁에서 열기로 했다가 취소했다.

최근 청와대에서 보그 코리아 한복 패션 화보를 촬영한 것이 논란을 빚자 이를 의식해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난 29일 “구찌 코리아가 오는 11월 1일 경복궁 근정전 일대에서 ‘구찌 코스모고니 패션쇼 인(in) 서울 경복궁’ 행사를 열겠다고 신청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서 허락했으나, 청와대 화보 문제가 불거진 현 상황에서는 진행이 쉽지 않다고 판단해 구찌 측과 협의해 취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열린 문화재위 회의록을 보면, 구찌 측은 “별자리 고찰 등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천문학이 연구됐던 경복궁의 역사적 가치, 그리고 천문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쇼의 주제를 국내외로 널리 알리겠다”며 장소 사용을 신청했다.

행사명인 ‘코스모고니’는 구찌의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선보인 새 컬렉션으로, 별자리에 담긴 신화 이야기 등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문화재위는 ‘관계 전문가 조언을 받아 경복궁이라는 역사문화유산의 가치를 강화하고 역사적 사실에 대해 확실히 고증받을 것’ 등의 당부 사항을 붙여 조건부 가결 결정을 내렸다.

문화재위는 “경복궁의 유산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홍보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도 “국민께 거부감 없이 알려질 수 있도록 사전 홍보가 필요하다”라는 내용을 검토의견으로 명기했다. 구찌 측은 각계 인사와 연예인 등을 초청해 약 500명 규모로 야간 패션쇼 행사를 열 계획이었다.

이와 관련, 문화재계에서는 궁궐 등 유서 깊은 문화재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이다형 기자  lee_dahyu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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