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이 13일(한국시간) 카디스 수비진 사이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이강인(22·레알 마요르카)이 다시 한번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증명했다.

이제 올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종료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이강인의 가치를 더욱 높여줄 장면들이 이날 경기에서도 속출했다.

레알 마요르카의 홈 경기에서 이런 그의 맹활약을 볼 수 있는 날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레알 마요르카는 13일(한국시간) 스페인 발레아레스주 마요르카의 에스타디 마요르카 손 모익스에서 펼쳐진 카디스와 2022~23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4라운드 홈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이 승리로 마요르카는 값진 승점 3점을 추가, 12승 8무 14패를 마크했다.

승점은 44점. 마요르카는 순위 경쟁권 팀들인 오사수나와 세비야(이상 승점 44점)가 한 경기를 덜 치른 가운데, 12위를 유지했다.

반면 카디스는 8승 11무 15패로 승점 35점을 유지하며 리그 15위에 자리했다.

[레알 마요르카 vs 카디스 선발 라인업]

홈 팬들의 뜨거운 응원이 쏟아지는 가운데, 마요르카는 4-3-3 대형으로 나섰다.

최전방에 베다트 무리키가 배치됐으며, 이강인이 왼쪽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했다.

오른쪽 측면은 아마트 은디아예가 맡았다.

이드리수 바바와 마누 모를라네스, 이니고 데 갈라레타가 중원을 지키는 가운데, 포백은 왼쪽부터 자우메 코스타, 코페테, 마르틴 발렌트, 파블로 마페오 순이었다.

골키퍼는 프레드라그 라이코비치.

이에 맞서 카디스는 4-2-3-1 포메이션을 활용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에 세르지 과르디올라가 섰으며, 2선에 크리스 라모스, 루벤 소브리노, 이반 알레호가 포진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에 페데 산 에메테리오와 곤살로 에스칼란테가 나란히 자리한 가운데, 포백은 왼쪽부터 알폰소 에스피노, 팔리, 루이스 에르난데스, 이자 카르셀렌 순이었다. 선발 골키퍼는 예레미아스 레데스마.

카디스는 전반 시작 5분 만에 날카로운 공격 기회를 잡으며 마요르카의 골문을 위협했다. 왼쪽 코너킥 상황서 넘어온 공을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 있던 알레호가 트래핑한 뒤 오른발 슈팅을 날렸으나 라이코비치 골키퍼의 손을 살짝 맞은 뒤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이어진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는 혼전 상황에서 과르디올라가 마지막 슈팅을 시도했으나 힘없이 라이코비치 골키퍼에게 향했다.

[이강인 전반 활약상, 말 그대로 중원의 지휘자였다]

이강인의 진가는 전반 15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카디스가 중원에서 패스를 돌리다가 미스를 범했고, 이 공을 향해 센터 서클 근처에 있던 이강인이 돌진했다.

이 과정에서도 이강인의 순간 속도가 빛났다.

만약 스피드가 없었다면 상대 수비진에게 공을 빼앗겼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마요르카의 3:2 수적 우위 상황.

공을 가로챈 이강인은 과감하게 전진 드리블을 펼쳤다.

수비수 두 명이 앞에 막아섰다.

이강인은 주저함이 없었다.

왼쪽에는 모를라네스가 뛰어갔다.

그러나 이강인은 자신의 오른쪽으로 파고들던 무리키에게 패스를 툭 내줬다.

곧이어 무리키가 넘어지면서 오른발 슬라이딩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레데스마 골키퍼의 다리를 맞은 뒤 반대편 골문으로 향하고 말았다.

이강인은 한동안 무리키를 바라보며 아쉬움을 삼켰다.

결국 곧장 마요르카의 선제골이 터졌다.

왼쪽 코너킥 상황. 이강인이 왼발로 띄운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페널티 박스 왼쪽으로 향했다.

이 공을 문전으로 쇄도하던 바바가 힘껏 뛰어올라 헤더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레데스마 골키퍼 손을 스친 뒤 크로스바를 때리며 튕겨져 나왔다.

이를 마페오가 재차 달려들며 머리를 갖다 댔고, 골은 카디스의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득점 후 마요르카 홈 팬들은 열광의 도가니. 결과적으로 마요르카의 선제골 장면에서 이강인이 기점이 된 순간이었다.

이강인은 계속해서 중원에서 유기적인 움직임과 함께 지체하지 않는 패스를 시도하며 팀 공격을 도왔다.

올 시즌 다소 길다고 할 정도로 드리블을 오랫동안 펼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상황에 맞게 논스톱 패스를 찔러주는 이강인이다.

전반 11분에도 무리키에게 패스를 열어주는 장면, 또 중원에서 패스를 쉽게 내준 뒤 자신은 중앙 지역으로 침투하는 장면 등이 나왔다.

터치 라인을 등진 상황에서도 침착한 드리블을 펼치는 모습도 좋았다.

마치 중원의 지휘자 같았다.

선제 득점에 성공한 마요르카는 볼 점유율을 높여가며 경기를 주도해 나갔다.

전반 44분에는 이강인이 오른쪽 후방 지역에서 왼발로 프리킥을 시도했다.

동료와 상대 골키퍼 사이에 정확히 떨어지는 날카로운 택배 킥이었다.

이어진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도 예리한 코너킥을 올리며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다.

마요르카는 전반전 슈팅 수에서 5-10으로 밀렸으나, 유효 슈팅 수에서 3-2로 앞섰다.

코너킥은 마요르카가 2개, 카디스가 6개였다. 경고를 양 팀이 1차례씩 받은 가운데, 볼 점유율은 카디스가 53-47로 살짝 앞섰다.

[이강인 후반 활약상, 경고를 범하기도 따내기도 한 이강인... 이젠 몸싸움 능력까지 장착, 96분에도 스피드가 떨어지지 않았다]

전반을 1-0으로 앞선 채 마친 마요르카는 후반 들어서도 공세를 더욱 강화했다.

그러나 카디스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이강인은 후반 5분 경고를 받기도 했다.

왼쪽 측면에서 돌파를 시도하는 알레호를 향해 왼발을 들이밀었으나 다소 깊게 들어갔다.

알레호는 그 자리에서 쓰러지며 고통을 호소했다.

주심은 이강인에게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강인은 아쉽다는 제스처와 함께 얼굴을 잠시 감싸 쥐기도 했다.

카디스의 위협은 계속됐다.

후반 7분에는 카디스가 페널티 아크 뒤쪽에서 직접 프리킥 기회를 잡았다.

이어 카셀렌이 오른발 인사이드킥으로 무회전성 슈팅을 때렸으나 오른쪽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이강인은 계속해서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후반 19분에는 이강인이 파울을 유도하는 상황에서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중원 지역으로 과감하게 침투하는 순간, 앞서 이강인이 파울을 범해 경고를 받았던 알레호가 수비에 가담했다.

이때 순간적으로 잔디에 미끄러지며 넘어졌는데 그만, 이강인의 오른발을 두 차례 연속으로 밟고 말았다.

좀처럼 엄살을 피우지 않는 이강인도 한동안 쓰러진 상태에서 고통을 호소했다.

결국 알레호 역시 경고를 받았다.

다행히 이강인은 일어서서 계속 경기에 임했다.

마요르카는 후반 19분 은디아예와 코스타를 빼는 대신 다니엘 로드리게스와 안토니오 산체스를 투입했다.

한 골을 뒤진 카디스는 후반 22분 무려 3명을 한꺼번에 교체했다.

알레호와 과르디올라, 페데 산 에메테리오를 빼는 대신 루벤 알카라즈와 테오 본곤다, 그리고 알바로 네그레도를 넣었다.

이강인은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팀을 도왔다.

후반 26분에는 중원 지역에서 순두부 터치를 보여주며 끊김이 없이 동료에게 패스를 연결해줬다.

후반 33분에는 적극적인 압박으로 상대의 태클을 절묘하게 피한 채 공을 빼앗았다.

그리고 첫 번째 압권의 장면이 후반 40분에 나왔다.

카디스의 프리킥이 끊기면서 마요르카가 역습 기회를 잡았다.

수비진이 걷어낸 공이 왼쪽 측면으로 흘렀고, 이를 향해 이강인과 카셀렌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이때 이강인이 카셀렌과 제대로 어깨싸움을 펼쳤는데, 오히려 카셀렌이 밀리며 이강인이 볼을 따냈다.

이강인이 '몸싸움'에서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순간.

이후 이강인은 약 35m를 단독 돌파한 뒤 무리키에게 패스를 내줬으나 아쉽게 마무리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이어 두 번째 압권의 장면이 후반 종료 직전에 나왔다.

후반 추가시간 6분이 주어진 가운데, 세트 피스 상황에서 상대 골키퍼 레데스마까지 공격에 가담했다.

그러나 득점에 실패했고, 오히려 마요르카에게 역습을 맞았다.

카디스의 골문은 텅텅 빈 상황. 동료의 로빙 패스를 이강인이 받아 상대 문전을 향해 뛰어 들어갔다.

공을 잡은 이강인이 한 차례 트래핑을 한 뒤 페널티 아크 왼쪽에서 왼발 슈팅을 날려 빈 골문에 공을 차 넣었다.

하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면서 이강인의 리그 7호골이 무산됐다.

비디오 판독에도 번복되지 않았다.

오프사이드가 선언되지 않는 기점인 하프라인 뒤쪽에서 출발했으나, 패스 시점에 이강인의 몸이 하프라인을 넘어선 것으로 봤다.

그래도 96분이라는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지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이강인이었다.

그의 득점 무효와 함께 주심은 그대로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을 불었다.

이강인은 7호골 취소에도 불구하고 또 'MOM'으로 선정되며 이름을 빛냈다.

구항서 기자  ghs5300026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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