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헤드라인tv신문] = 윤석열 대통령이 '제도의 사각지대'에 칼을 뽑았다.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 가해자에 대한 신상공개를 확대할 것과, 세금이 투입되는 국고보조금,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부정·비리 관행을 근절하라고 지시했다.

13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 가해자의 신상공개 확대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법무부에 지시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진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최근 민간단체 보조금 및 교육교부금 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적 공분이 크다"면서 "단 한 푼의 혈세도 낭비되는 일이 없도록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의 '두 가지 주문'은 법과 제도의 맹점을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으로 공론화한 피고인의 신상정보 공개가 이번 지시로 추진력을 얻게 된 것이 대표적이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지난해 5월 부산 서면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30대 남성이 뒤쫓아가 돌려차기로 머리를 가격하는 등 무차별 폭행하고,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로 끌고가 성폭행을 시도한 사건이다.

부산고법 형사2-1부(최환 부장판사)는 전날(12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정보통신망에 신상 공개와 함께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과 위치추적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문제는 현행법상 '피의자'가 아닌 '피고인'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거나, 성폭력처벌법을 위반한 혐의가 아닌 이상 즉각적으로 신상공개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수사 단계인 피의자는 특정강력범죄법과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신상 공개가 가능하지만, 재판 단계의 피고인은 해당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법원 단계에서는 성범죄자를 제외하면, 아무리 흉악범죄자라도 신상정보를 공개할 가능성이 아예 닫힌 셈이다.

이에 법무부는 관련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하고, 시행령이나 예규 개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서둘러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법적 미비로 인해 피의자의 신원은 공개할 수 있는데, 피고인의 신원을 공개하지 못하는 게 적합한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윤 대통령이) 법적 미비를 빨리 정리하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이 국고보조금과 교육재정교부금의 부정·비리 관행 근절을 지시한 것도 정부의 자체 감시망으로는 재정누수를 온전히 막기 어려운 '사각지대'의 해법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통령실은 지난 4일 최근 3년간 국고보조금 6조8000억원이 지급된 비영리 민간단체 1만2000여 곳을 감사한 결과, 총 1조1000억원 규모의 사업에서 1865건의 부정·비리가 적발됐다고 발표했다. 부정 사용 금액은 314억원에 달했다.

또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지난 6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한 '지방교육재정 운영실태' 합동점검한 결과 위법·부적정 사례가 97건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위법하게 쓰인 금액은 282억원이었다.

한 총리는 윤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정부에서 직접 집행한 예산뿐 아니라 각종 기금 및 공공기관 예산 등이 부정하게 사용되는 일이 없도록 지속적인 실태 점검과 과감한 상응 조치, 시스템 개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다.

당장 정부는 내년 초까지 국고보조금 부정·비리에 대한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반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유도해 세금이 엉뚱한 곳에 쓰이는 일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정부는 보조금 부정·비리 신고자에게 지급하는 포상금 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5억원으로 높이는 내용의 공공재정환수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인데, 시행령이 개정되면 일반 시민의 참여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대통령실은 기대하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각 부처별로 일반 시민들의 자발적인 신고를 독려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정부 예산이 들어간 곳은 전부 감시 대상이다. 세금이 들어간 곳은 모두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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