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4·10 총선 이틀 뒤인 지난 12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압승'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고 법정에 또다시 출석했다. 

하지만 이날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13일 중 총 사흘을 법정에 출석할 수밖에 없던 자신의 상황을 적극 변론하던 총선 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재판부와 기싸움 아닌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었던 이 대표는 총선 승리 이후 다시 찾은 법원에서 입을 굳게 닫았다.

"사법리스크가 여전하다는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의원직 상실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등 취재진 질문을 뒤로 한 채. 

['선거 유세장' 됐던 법정 앞…총선 '승리' 후에는 다시 '침묵']

총선 바로 전날인 지난 9일 오전 10시 15분, 대장동 의혹 재판에 출석한 이 대표다.

제1야당 대표이자 당시 인천 계양을에 출마 후보 신분이었던 이 대표는 11분 동안 자신의 입장을 그야말로 쏟아냈었다. 

'초박빙' 접전지라며, 7명의 후보자 이름을 일일이 언급했던 이 대표.

형사 피고인 신분임을 잊을 만큼 이날 법정 앞은 선거 유세장을 방불케 했다. 

'법정 유세'가 통했던 걸까. 175석의 의석을 등에 업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을 받기 위해 다시 법원을 찾은 이 대표는 침묵 기조로 돌아섰다. 

직전 재판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날 선 공방을 벌였던 것과 대조적으로 법정 안에서도 비교적 여유로워 보였다.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 혐의는 지난 대선 중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고 발언한 점과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아파트를 짓기 위해 용도 변경을 하는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취지의 허위 사실을 말했다는 점이다. 

이날 오전에는 개발 특혜의 핵심 인물인 아시아디벨로퍼 정바울 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다. 법정에서 정씨는 이 대표에게 불리한 증언을 내놨는데. 그러나 이 대표는 대부분 눈을 감고 증언을 잠자코 들을 뿐이었다. 

성남시 공무원들을 접촉한 적이 있다던 정 씨는 "백현동 용도 변경하지 않을 경우,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는 국토부의 압박이나 회유를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검찰 측 증언에 "없다"라고 답했다.

검찰이 재차 "국토부가 압박 내지 회유를 한다는 '소문'이라도 들은 적이 있느냐"고 했지만,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대표가 직접 신문에 나선 것은 국토부 공무원이 증인으로 등장했을 때다. 

국토부 공무원의 압박 여부는 재판의 핵심 쟁점이다.

이 대표 측은 국토부가 성남시에 보낸 '공문'을 그 근거로 들었다. 

증인으로 나온 국토부 관계자가 되레 지자체 즉 성남시 권한이 더 강했다는 취지로 증언하자 이 대표는 다시 한번 직접 신문에 나섭니다. 다소 답답하다는 표정과 함께 말입니다. 

이날 이 대표가 직접 신문에 나서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총선 직전 팽팽했던 재판보다는 비교적 긴장감이 덜했다. 

무엇보다 이 대표 측은 선거 운동 기간, 법정에 붙잡혀 있어야 하는 상황을 두고 재판부에 불편한 기색을 여러 번 드러냈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하느라 재판에 지각(지난달 12일)을 하기도, 재판에 불출석(지난달 19일)하기도 했었던 이 대표에게 재판부는 재차 구인장 발부를 거론했다. 

재판부 경고에 이 대표는 총선 전날까지 어쩔 수 없이(?) 7시간 반 가까이 법정에 앉아야만 했었다. 

신경이 날카로웠던 탓일까. 이 대표는 총선 전날 대장동 의혹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 대표가 "선거를 도와줬다고 하면 실제로 남욱 등 민간업자들은 땅 매입자로서 기득권을 잃어버린 것인데, 그 사람들하고 저하고 유착됐으면 왜 그들의 기득권을 다 박탈했겠느냐"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이득을 본) 김만배가 있잖아요! 김만배가!"라며 소리를 높인 것이다. 

총선 전후 법정에서의 태도가 사뭇 달라진 것은 이 대표뿐만이 아니었다.

총선 전날까지 법정에 나와야 했던 이 대표 처지에 날이 서 있던 지지자들의 면면도 달라졌다. 

이 대표가 법정에 출석하는 날이면, 지지자와 유튜버도 재판 끝날 때까지 법원 곳곳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지난 2일 대장동 의혹 재판에서는 이 대표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는 유동규 전 본부장을 향해 소리친 방청객이 퇴정당하는 일도 있었다. 

그날 공동 피고인인 정진상 측 변호인이 "이재명에게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소개한 적 없다'고 답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과정에서 였다.

유 전 본부장이 이 대표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내자 한 방청객이 유씨를 향해 "목소리 낮추라"고 말한 것이 발단이었다, 재판부는 재판을 잠시 중단하고 해당 방청객을 퇴정시켰다.

하지만 총선 승리 이후 지지자들은 다소 온화(?)한 분위기를 풍겼다.

"밤을 '꼴딱' 새워 총선 결과를 봤다"는 지지자들은 제1야당 대표 그 이상의 '타이틀'을 원한다고 했다. 

'분노'에 차 있던 총선 전과 달리 '응원'만을 전한 지지자들에게 이 대표도 법정을 나서며, 엄지를 들어 보였다.

[의원직 당선과 총선 '압승'에도 꺼지지 않는 '사법리스크']

본인의 의원직 당선은 물론 총선에서는 그야말로 압승을 한 이 대표. 하지만 그의 '사법리스크'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국회의원은 집행유예를 포함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으면 국회의원직을 잃게 된다.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법에서만 △위증교사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및 성남 FC 불법 후원금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재판받고 있다. 

이중 1년 7개월 째 1심 심리가 진행 중인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은 올해 안에 1심 결과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공직선거법 위반죄는 일반 형사 사건보다 기준이 더 엄격하다.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만 확정받더라도 국회의원직을 잃고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향후 대권까지 바라보는 이 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안개 속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 대표 재판은 이번 달에만 세 번 더 대장동 의혹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다음 달 17일에는 또 다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같은 달 27일에는 위증교사 재판이 잡힌 이 대표가 22대 국회 개원과 함께 사법 리스크를 어떻게 가져갈지 주목된다. 

양기영 기자  gagapower124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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