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이 남중국해에서 운용하던 수중 드론(UUV)을 중국 해군이 무단으로 가져가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졌다. 중국 국방부가 반환을 약속하면서 사태는 봉합되는 양상이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중국이 훔쳐갔다"며 강력하게 비난하고 나서 트럼프와 중국 간 기세 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중 해군의 행위는 트럼프의 '하나의 중국' 흔들기에 허를 찔린 중국이 내년 1월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반격을 가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국방부는 "지난 15일(현지 시각) 오후 필리핀 수비크 만에서 북서쪽으로 92㎞ 떨어진 해상에서 미 해군 해양 관측선 보디치호가 수중 드론 회수 작업을 하던 중 450여m 후방에서 따라오던 중국 해군 구조함 ASR-510에서 출동한 소형 보트가 드론 2대 중 1대를 가져갔다"고 16일 밝혔다. 당시 보디치호는 ASR-510 측과 교신해 "즉각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중국 함정은 응답이 없었다고 미 해군은 밝혔다. 피터 쿡 국방부 대변인은 "수중 드론은 수온과 염분 등 해양 과학 정보를 측정하고 있었다"며 "공식 외교 절차를 통해 중국 측에 즉각 반환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은 "사건이 일어난 지점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해역 밖인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이라며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보도했다. AP 등은 "차이잉원(蔡永文) 대만 총통과 통화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건드리고 나선 트럼프에 대한 중국의 '견제구'"라고 분석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뻔뻔스러운 국제법 위반"(벤 카딘 미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 "이런 만행을 더 이상 인내해서는 안 된다"(존 매케인 상원의원)는 등의 격한 반응이 나왔다.

 트럼프는 17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공해에서 미국 해군의 연구 드론을 훔쳤다"고 비판했다. 이후 미 국방부는 "중국 당국과 직접 접촉을 통해 수중 드론의 미국 반환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지만 트럼프는 트위터에 다시 글을 올려 "우리는 그들이 훔친 드론을 돌려받기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야 한다. 그들이 갖게 놔두라"고 했다.

 양위쥔(楊宇軍)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성명에서 "중국 해군 구명정이 남중국해에서 미확인 물체를 발견해 항행 안전 차원에서 수거했다"면서 "그 장치가 미국의 수중 드론임을 확인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양측이 협의하는 도중에 미국 측이 이 문제를 일방적으로 공개하고 지나치게 부풀린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아시아 선임고문은 이번 사건에 대해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려선 안 된다는 경고를 트럼프에게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앨런 룸버그 미국 스팀슨센터 동아시아 프로그램 책임자는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은 흥정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하기 위해 남중국해 등에서 위협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무역 분야에서도 보복을 경고했다. 주광야오(朱光耀) 중국 재정부 부부장(차관)은 17일 "미·중 간 무역 전쟁은 승자 없이 양국 모두 피해를 보는 상황(兩敗俱傷)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 매체들은 "미국 보잉 항공기 수입만 중지해도 1만80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했다.

노왕진 기자  newsh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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