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 종인 비대위원장(오른쪽)과 주 호영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비대위 회의를 준비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통합도 소통도 찾기 힘든 역대 최악의 기자회견"이라고 비판했다) 

1년 만에 열린 문 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은 대권가도를 달리는 여권 주자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이 18일 기자회견에서 이 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입을 통해 추진됐던 전직 대통령 사면, 이익공유제 등 정책에 선을 긋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이 대표의 입지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대권 유력 경쟁자인 이 재명 경기도지사는 문 대통령이 경기도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힘을 실어주면서 탄력을 받게 됐다. 

한편 이날 회견 직후엔 문 대통령의 '입양 취소·교환' 발언이 도마에 올라 야당의 집중 포화를 받기도 했다.

이날 이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고 짧게 언급했다. 

문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때가 아니다" "대통령을 포함해 모든 정치인에게 그렇게 말할 권리가 없다"는 강경 발언을 내놓은 직후다. 

한 당 지도부 의원은 문 대통령의 강경한 발언에 대해 "달리 말하실 방법이 없지 않냐"며 "국정운영 자체를 특정인을 중심으로 해서 할 순 없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이익공유제'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제도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 대표는 당내 태스크포스(TF)를 향해 관련 법안 검토를 지시하며 입법에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한 바 있는데, 문 대통령은 다소 결이 다른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반면 대권 유력 경쟁자인 이 지사에게는 최근 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었던 경기도 자체 재난지원금 지급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정부 지원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며 "지역 차원에서 보완적인 재난 지원을 하는 것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경기도의 노력을 이해해주시고 수용해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권에선 문 대통령 회견에 대해 "국민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고 찬사 일색을 보낸 반면, 야당에선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로만 채운 '허무한 120분'이었다"는 혹평이 나왔다. 

특히 야권은 문 대통령의 입양 취소·교환 발언에 집중 포화를 쏟아부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국민적 공분을 산 '16개월 아동학대 사망 사건'과 관련해 방지 대책을 묻는 질문에 "제대로 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며 "그동안의 사건을 교훈 삼아서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야겠다"고 말했다. 

이어 입양 제도 개선 방향을 언급하면서 "입양 부모의 경우에도 마음이 변할 수 있으니 일정 기간 안에 입양을 취소한다든지, 아이랑 맞지 않는 경우 입양 아동을 바꾼다든지 여러 방식으로 입양을 활성화해 나가면서도 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안 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교환이라니 무슨 정신 나간 소리인가" "입양이 무슨 홈쇼핑인가"라고 거칠게 성토했다. 

안 대표는 "입에 담기도 분노스럽지만 파양이나 교체는 아이를 위한 배려가 아니라 입양 부모의 부정적 행동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될 게 뻔하다"며 "그 자체로 아이에 대한 정서적 방치이자 학대"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의 입양 발언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일 해당 사건이 한 방송을 통해 방영된 직후에도 "입양에 대한 관리·감독과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았고, 일각에선 "사건의 본질은 입양이 아닌 아동학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유 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아동학대 거의 대부분이 입양 부모가 아니라 친부모가 저지른 것임을 몰라서 저러나 싶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말씀은 현재 입양 확정 전 양부모 동의하에 관례적으로 활용되는 '사전위탁보호' 제도 등을 보완하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이 밖에도 부동산 정책, 북한의 비핵화 의지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의 인식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오 신환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이 무주택자 대출 규제가 과도하다는 질문의 답을 피한 점을 짚으며 "문 대통령은 문제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이 평화·대화·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 데 대해 주 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인식이 너무나도 잘못됐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