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트루시에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2 축구대표팀이 박항서 전 감독이 보는 앞에서 한수 아래로 꼽던 인도네시아에 패배했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치려보던 박 감독은 패배 직후 아쉬운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베트남 축구팬들은 “돌아오라 박항서”를 외치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베트남이 ‘동남아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동남아시안(SEA) 게임’ 축구 준결승전에서 인도네시아에 2대 3으로 져서 탈락했다.

사실 이번 대회는 베트남이 3연패를 노리던 경기였다.

지난 2019년 박 감독이 이끌던 베트남팀은 결승에서 인도네시아를 만나 우승컵을 손에 들었다.

2019년 필리핀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베트남팀은 인도네시아를 두번 만났다.

조별리그에서 인도네시아에 2대 1로 역전한 베트남은 결승에서 인도네시아를 또 만났다.

이 당시 베트남은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이며 인도네시아를 꼼짝도 못하게 만들었다.

3대0의 완벽한 압승으로 우승컵을 차지했다.

2019년 이 대회는 베트남 내 ‘박항서 신화’가 절정을 찍은 대회라고 봐도 무방하다.

우선 SEA게임에서 베트남이 우승을 차지한건 무려 60년 만이었다.

남북으로 갈라진 베트남이 통일된 후 대회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게다가 결승전 당시 박 감독은 심판 판정에 맹렬하게 항의하다 레드 카드를 받고 퇴장을 당했다.

박 감독은 경기 후 퇴장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낀 팬들에게 사과한다고 인터뷰 했지만 정작 여론은 정반대로 흘렀다.

베트남 선수를 아버지처럼 보호하기 위해 대신 싸우다 퇴장조치를 받은 것으로 언론이 찬사 일색의 기사를 쓴 것이었다.

감동한 팬들이 우승 직후 금성홍기와 함께 태극기를 흔들 정도로 베트남이 느낀 감동의 크기는 컸다.

2021년 SEA 대회에서 인도네시아를 만난 베트남은 이 당시에도 강력함을 유지했다.

1차전 당시 인도네시아를 이끈 건 한국의 신태용 감독이었다.

한국인 감독간 대결로 화제를 모았지만 경기 결과는 베트남의 3대 0 완승이었다.

베트남은 결승에 올라가 말레이시아를 1대0으로 누르고 대회 2연패를 차지하게 된다.

이 당시 베트남은 단 한차례의 실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대회를 마지막으로 한국의 공오균 감독에게 U23 지휘봉을 넘기고 국가대표팀 감독에만 집중하게 된다.

하지만 2년뒤 필립 트루시에가 이끄는 베트남팀은 2년 전과는 다른 경기력을 보였다.

1차전인 라오스와의 경기부터 ‘경기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2대0으로 이기긴 했지만 경기내용만 보면 둘은 비등비등했다.

우여곡절끝에 준결승까지 올라갔지만 인도네시아에 발목이 잡혔다.

베트남은 경기시작 10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다.

전반 36분 동점골로 경기를 균형으로 돌렸지만 후반 8분 다시 역전골을 내줬다.

이후 베트남은 후반 15분 상대 선수가 레드카드를 받아 경기장을 나가는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된다.

숫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 것이다.

이후 후반 34분 상대의 자책골로 2대2 동점이 됐지만 결국 추가시간에 결승골을 얻어맞고 패배하고 말았다.

결과가 이렇게 나오자 당연히 박 감독을 소환하는 베트남 팬들이 늘어나고 있다.

언론조차 “팬들이 트루시에 감독을 비난하고 있다. SEA게임 2연패를 이끌던 박항서는 어디갔느냐”고 쓴 것이다.

사실 박 감독은 이날 몰래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지휘봉을 내려놓은 그는 제자들이 여전히 잘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 후반 결승골을 얻어맞고 패배하자 아쉬운듯 자리를 털고 이내 사라졌다.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보고 있었지만 여전히 팬들은 박 전 감독을 알아보고 셀카를 찍었다는 후문이다.(그의 외모가 마스크로 가려지기는 사실 힘듭니다)

박 감독은 지휘봉을 내려놓았지만 베트남 팬의 마음속에는 아직 그가 감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트루시에 감독 처지가 어렵게 됐다.

노재성 기자  njs58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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