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과학기술계를 겨냥해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의지를 거듭 강조한 것은 예산 삭감에 따른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려는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17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날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을 방문해 졸업 축사를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부친 고(故) 윤기중 교수가 재직한 연세대를 찾아 학위수여식에서 축사에 나섰다.

당시 윤 대통령은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 과제 추진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졸업생들에게 "사회를 더 자유롭게 공정하게 바꾸고 개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지난해 정부 중점 추진 과제에 관한 의지를 나타냈다면 올해는 첨단 과학기술을 둘러싼 국제적 경쟁에 초점을 뒀다는 것이 공통된 분석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 이후 세 차례 카이스트를 방문한 사실을 강조하면서 "우리나라 최고 인재들이 대한민국은 물론 인류 미래를 더욱 밝고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 때문에 든든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학 강국으로서 퀀텀 점프를 위해 R＆D 예산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며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연구와 신진 연구자 성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R＆D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첨단기술을 둘러싸고 각국이 펼치고 있는 전쟁에서 우위에 점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올해 R＆D 예산을 33년 만에 삭감하기로 결정하면서 과학기술계에서는 반발 목소리가 큰 상태다.

미래를 위한 투자를 더 늘려도 부족한 상황에서 오히려 R＆D 예산을 줄여 미래를 위한 대비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국가 R＆D 예산 구조조정이 효율적인 예산 사용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과학기술계에서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카이스트 졸업식에서는 녹색정의당 대변인이 R＆D 예산 복원을 주장하며 소동을 일으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윤 대통령은 전날 12번째 민생토론회에서 "혁신 과정에서 지원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는 분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공계 학생이 생활비 걱정을 덜고 학업과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지난해 해외 순방을 통해 양자 기술 등 첨단 과학기술을 놓고 각국이 기술 선점을 노리고 있는 상황을 직접적으로 목격해 R＆D에 관한 문제의식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카이스트 학위수여식 축사 외에도 민생토론회와 미래 과학자들과 대화 행사를 대전에서 개최한 것도 과학 수도와 다름없는 대전에서 과학기술 선도에 관한 중요성을 크게 인식했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에서 "더 과감한 혁신에 나설 때가 됐다"며 "대한민국이 첨단과학기술로 세계를 선도하고 퍼스트 무버로 도약할 수 있게 힘을 쏟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