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리야드의 야마마궁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왕세자 겸 총리와 한·사우디 회담을 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정상회담을 갖고 건설, 원유 등 기존에 양국이 협력해왔던 분야를 인프라, 제조업, 수소 등 다양한 방면으로 확대해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충돌 사태와 관련해서도 인도적 상황의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확인했다.

양국은 23일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 국빈 방문 이틀째인 이날 수도 리야드 야마마궁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오후 3시41분부터 약 47분간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현지에서 순방 관련 브리핑을 열고 이번 사우디 국빈 방문의 의의와 관련해 “건설과 원유라는 매개를 통해 발전해 온 한-사우디 양자 관계가 이제 1차 협력 방정식을 벗어나 복합 다층적인 협력 관계로 진화해 나가는 전환기에 들어섰다”며 “기존의 석유 에너지 중심으로 움직였던 에너지 협력은 이제 탈탄소, 원자력, 수소 에너지 협력으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기존의 건설 인프라에 치중되었던 도로, 건축 분야의 인프라 협력사업은 이제 친환경 미래도시 건설, 그리고 새로운 주거 환경 조성, 스마트팜 농업 협력 등으로 미래 산업 분야로 인프라 분야도 그 내용이 진화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또한 “포스트 오일 시대에 사우디의 산업 발전을 이루기 위한 최적 파트너가 우리나라라”이라며 네옴, 키디야, 홍해 등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 중인 메가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들이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빈 살만 왕세자에게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고 김 차장은 전했다.

네옴은 리야드 북서부 타북주에 2만6000㎞ 규모로 건설 중인 첨단미래형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다.

홍해는 서부 옴루즈와 알와즈흐 사이 홍해 상에 위치한 90개 섬과 해변에 고급휴양·레저 도시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이고, 키디야는 리야드 남서쪽에 367㎞ 규모의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를 건설하겠다는 프로젝트다.

특히 1차장은 “이번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모하메드 왕세자와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사태를 둘러싼 국제 정치경제 역학관계에 관해 의견도 교환했다”며 “인도적 상황 악화를 막아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확인하였고,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역내 안정과 평화 회복을 위해 필요한 역할과 기여를 해 나가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현지 브리핑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국의 이·팔 사태 관련해 구체적으로 양국 정상이 어떤 의견을 교환했는지와 관련해 “현재 분쟁 중에 특정한 한편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것 같지는 않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미국의 중재 하에 진행되었던 이스라엘의 수교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앞으로도 접지 않고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 가운데 지역 안정이 이루어져야만 유가 안정, 그리고 세계 경제, 안보가 다시 안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사우디가 우리나라와 원자력 협력이라든지 또 기타 전략적인 협력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은) 국제 법령에 따라서 이 문제가 충분히 그리고 확실하게 인도적인 견지에서 존중되고 다루어져야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런 우리의 입장에 대해서도 사우디가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또한 “방위사업은 사우디와의 협력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대공방어체계, 화력무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규모 방산 협력 논의가 막바지 단계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우리의 우수한 방산기술이 적용된 무기체계가 사우디의 국방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도록 협력해 나가고자 하며, 이는 우리의 방산 수출 성과를 한층 확대하는 강력한 동력이 될 것”이라며 “이번 중동 순방을 촉매제로 우리 방산 수출 시장의 외연을 확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앞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계약 규모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지금 무기체계와 예상되는 계약 규모를 말씀드릴 수 없는 것이 사우디가 주변에 상정하고 있는 위협 대상들이 있고, 여기에서 어떤 무기체계를 사우디가 지금 구매한다, 그리고 그 액수가 얼마다라고 밝히면 몇 대를 구매하는지를 주변 국가들이 추정할 수 있다고 한다” 며 “다만, 성사 단계에 와 있고, 그 규모와 액수는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이번 한·사우디 정상회담에서 엑스포(세계박람회)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양국은 엑스포 유치를 놓고 경쟁 중이다.

이 관계자는 “(양 정상은 엑스포 관련) 선의의 경쟁을 편다, 그리고 서로 우호적인 마음으로 그 결과에 대해서 누구든지 서로 축하해 주고, 그 이후 준비 과정에 대해서 충분히 협력하기로 한다, 이렇게 서로 마음가짐을 가지고 계신 것 같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회담 직후 협정 및 MOU(양해각서) 체결식을 갖고 관용 여권 사증면제협정, 전략파트너십 위원회 설립, 수소 오아시스 이니셔티브, 통계 분야 협력 이행 프로그램, 식품 및 의료제품 분야 협력 등 5건에 서명했다.

김 차장은 “이번 순방 기간 중에 한-사우디 투자 포럼, 한-사우디 건설협력 50주년 기념식 등 여러 계기를 통해 총 60여 개의 문건이 체결될 예정”이라며 “이들 MOU 또는 계약들은 에너지, 건설 인프라, 제조업, 수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일구어 나가는데 좋은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는 이어 약 46분간 국빈 오찬을 함께 하며 양국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 교환했다.

메인요리는 퀴노아를 곁들인 송아지 전채요리, 쇠고기 스테이크가, 디저트로는 허니 패션프루트 무스, 망고 처트니 등이 나왔다.

양국 정상은 23일 한·사우디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양국은 현재 공동성명 문안을 조율 중이라고 김 차장이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 우크라이나 문제, 한반도 안보 문제 같은 것이 적시돼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희 기자  news1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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